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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다.

난 장신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요즘은 남자도 화장을 하는 시대이건만, 난 내 얼굴과 몸에

무언가를 치장하는 것이 영 어색하지 않을수가 없다. 같은 맥락에서 난 지금까지 연애를 해오면서 반지를

맞춰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장신구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고작 1,2년 남짓을 만나면서(결혼할 생각할 만한

나이가 아니었기에)반지를 주는 것은 심히 오버스럽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내가 반지를 끼고 다닌 적이 있었다. 예전에 만났던 여자친구가 어느날 내게 은가락지 하나를 주었다.

무슨 반지냐고 물어보니, 고모가 갖고 있던 쌍가락지인데, 둘이서 나눠서 끼면 좋을 것 같다고.

커플링도 아니고 수수하니 좋을 것 같아 난 그 날 이후로 항상 새끼 손가락에 은가락지를 끼고 다녔다.

나누어 낀 쌍가락지 중 하나는 그녀가 먼저 잃어버렸다. 친구들과 수영장에 갔다가 나와보니 없었다고

울먹이며 말했더랬다. 그 사람 많은 한강 시민 수영장이니 찾을리도 만무했고, 그녀는 내게 미안해 했지만

난 그 반지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기에 별 말 없이 넘어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그녀와 헤어졌지만

그 반지는 여전히 내 새끼 손가락에 남아있었다. 자나깨나 몸에 붙이고 있다보니 어느새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진 까닭도 있었지만, 당시 난 헤어진 그녀에 대한 미련을 여전히 접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더

반지를 소중히 여겼던 것 같다. 그런 나도 반지를 잃어버릴 뻔 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놓고 오거나

떨어뜨려서 두세번 잃어버릴 뻔 한 적이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별 탈 없이 내게 다시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녀에 대한 미련과 그리움도 옅어질 무렵, 난 다시 한 번 반지를 잃어버렸다.

친구들과 농구를 하느라 반지를 빼놓고는 돌아올 때 그냥 와버린 것이다. 그걸 깨달은 것은 이미 집에

도착한 후였다. 다시 찾으러 갈까도 생각했었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그녀가 내게 준 물건 중 남은것은

반지 하나 뿐이었기에, 그 참에 반지와 함께 그녀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반지를 버려두었고

그녀도 내 기억에서 지워졌다.

그 때의 나는, 반지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버렸다고 생각한다. 호시탐탐 버릴 기회를 노리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이미 반지는 내게서 의미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으니까. 마치 그녀가 날 버린 것처럼.


- 며칠 전 아파트 앞에 '금,은가락지, 은수저 등등 비싸게 매입'한다는 현수막을 보고 생각나서 쓴 글임.
아, 그때 찾아놓을걸...

by 슴가워너비 | 2009/08/12 12:43 | 기억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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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떠돌 at 2009/08/12 14:51
끝이 대반전이구만...
이런 능구렁이
Commented by 검은사과 at 2009/08/12 15:07
돌아오셨군요. 반가워요 ^^
Commented by caya at 2009/08/12 15:39
웰컴 백!
Commented at 2009/08/13 01:1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작은꿈 at 2009/08/13 08:39
반가워요 ^^/
Commented by 비리 at 2009/08/13 08:44
어섭쇼..
Commented by 윌리엄 at 2009/08/13 18:11
오오 이글루스 컴백?

감성은 여전하구만요.
Commented by 全力中年 at 2009/08/15 00:53
벌써 4년전이로군? 가부키쵸에서 눈물을 글썽이던 워너비쨩의 그 모습.
Commented by JOHN_DOE at 2009/08/18 11:46
분기에 글 한번 쓰다가 또 접는다에 한표
Commented by 슴가워너비 at 2009/08/19 11:25
떠돌// 반전이 아니라 그 생각이 출발이었음.

검은사과// 반가워요^^

caya// Long time no see!!

비공개// 아니 일본에 가 계시다니!!
Commented by 슴가워너비 at 2009/08/19 11:26
작은꿈// 어잌후 오랜만입니다.

비리// 또 옵쇼

윌리엄// 컴백이라기 보단 쓰고 싶을때 쓰는거져.

전력중년// 잊어주세여...

JOHN// 님 틀렸음.
Commented by 에크레아 at 2009/08/25 21:06
재밌는 글이네요^^ 잘 읽고 가요~
Commented by 사람해요 at 2009/09/12 17:56
언제고 다시금 반지가 필요해지면, 그땐 사피러스를 이용해주시길ㅋ
Commented at 2009/09/30 11:43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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