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08일
우연한 만남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 우산이 없는 나의 잰걸음은 집을 향하고 있었어. 그러던 내 눈앞에 띈 그녀.
외로운 듯 하면서, 배가 고픈듯 하면서도 고혹적인 눈빛을 내게 보내고 있었지. 집을 나온 지 오래된 듯
겉모습은 꽤나 지저분했지만 상관 없었어. 난 그녀에게 말을 걸었지.
"이리와~ 오빠랑 같이 갈래?"
그러자 그녀는 말없이 다가와 내가 몸을 부댔어. 이럴수가! 지금까지 몇 번 같은 시도를 했지만 다들 날
무시하고 도망가기 일쑤였거든. 나한테 다가와주다니. 난 감격했어. 일단은 그녀의 주린 배를 채워줘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들었어. 그렇지만 그 날은 월급 바로 전 날이라 주머니는 물론이고 통장도 바싹
메말라 있었지. 비싼 음식을 사 줄 수는 없었어. 그래서 조촐하게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주기로 했지만,
곧 두 번째 문제에 봉착했어. 그녀를 편의점에 데리고 갈 수 없는거야. 분명히 점원에게 내쫒길 것이
뻔하니까. 그렇다고 그녀를 홀로 남겨놓고 편의점에 갔다가는 달아나 버릴까봐 염려되고 말이야.
어찌됐든, 장소를 옮길 필요가 있었어. 그 곳은 역 근처라 사람들이 눈이 많았거든. 난 그녀를 들쳐 안았어.
오, 그 홀쭉한 배라니... 그녀는 반항하지 않았어. 냄새도 조금 났지만, 뭐 집에 가서 씻으면 되니까.
공영 주차장을 지날 때 즈음, 그녀는 불편한지 버둥거리기 시작했지. 발톱으로 할퀴려고도 했어. 더 이상
그녀를 안고 갈 수 없어진 나는 낭패감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었어. 어두운 공영 주차장에 그녀를 내려놓고
슈퍼를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어. 난 그녀에게 당부를 했지.
"오빠 다녀올테니까, 여기 있어. 어디 다른데 가면 안된다?"
슈퍼로 뛰어가며 난 속으로 생각했어. 난 최선을 다했다고. 만약 돌아갔을 때 그녀가 없으면 결국 인연이
아닌거라고 말이야. 슈퍼에서 참치 통조림을 사서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지. 그런데, 있었어. 다소곳이 앉아
있었지. 그 기쁨이라니. 내가 참치 통조림을 따서 먹기좋게 해줬어. 정말 허겁지겁 먹더군. 먹는 모습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으려 했어. 그러나 그 날 내 핸폰 카메라에는 플래시 기능이 없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고
실망했지. 그렇게 쭈구리고 앉아서 한참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었어. 2/3쯤 먹었을까, 그녀가 먹는것을 멈추고
기지개를 켜더니 움직이기 시작했어.
"어디가? 이거 다 먹고 가야지~"
난 그녀를 불렀고, 그녀는 날 돌아봤지만 그 눈빛엔 경계의 눈빛이 가득했지. 앙큼한 것. 먹을 거 다 먹고 나니
이젠 필요없다 이거구나. 씁쓸하지만 그게 그녀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며, 난 1/3이 남은 참치 통조림을 그녀의
발치 가까이에 가져다 줬어. 이따가 생각나면 와서 먹으라고. 그리고 난 집으로 돌아왔지.
그날 밤은 그렇게 헤어졌지만, 우린 곧 다시 만날거라는 느낌이 들어.
그리고 다음엔 꼭 맛있는 음식을 사줘야지.
# by | 2009/10/08 12:01 | ...그리고 현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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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자주 좀 해주세요 ^.^